톨스토이 '일리야스', 비워냄의 끝에서 마주한 참된 평안
[인문학] 톨스토이 '일리야스', 비워냄의 끝에서 마주한 참된 평안
최근 문화챔피언TV 영상 제작을 하면서 톨스토이의 단편 <일리야스>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70대 노인이 된 일리야스가 전 재산을 잃고 이웃집 머슴이 된 이 이야기는, 단순히 '가난해진 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진짜 전성기'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일리야스가 겪은 '광야'의 시간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 '일리야스'는 성경 속 선지자 '엘리야'의 러시아식 이름입니다. 엘리야가 광야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하느님의 세미한 음성에 귀를 기울였듯, 톨스토이는 일리야스를 통해 인생의 황혼기에 닥친 시련이 사실은 주님의 평안을 듣게 되는 '거룩한 통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대문호 톨스토이가 귀족으로서 자신의 것을 비워내는 과정에서 가족과 깊은 갈등을 겪으며 뼈아픈 고독을 느꼈던 시기에 쓰였다고 합니다. 그 역시 자신의 소유를 내려놓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았기에, 일리야스가 얻은 평안은 작가 본인이 그토록 갈망하던 영적인 자유를 투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일리야스가 부자일 때 겪어야 했던 '소유의 감옥'
일리야스는 아내 샴셰마기와 함께 50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해 큰 재산을 일궜지만, 그의 삶은 늘 살얼음판 같았습니다. 겉으로는 부러울 것 없어 보였지만 속으로는 다음과 같은 고충들로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지요.
지켜야 한다는 강박: 가축이 병들거나 도둑이 들지는 않을까 밤잠을 설치며 노심초사해야 했고,
끊이지 않는 갈등: 일을 더 많이 시키려는 주인과 덜 하려는 일꾼들 사이에서 매일같이 다투고 감시하며 마음을 써야 했습니다.
가족 간의 불화: 무엇보다 큰 재산을 두고 자식들과 마음이 맞지 않아 서로 원망하고 갈등하는 시간은 그의 영혼을 가장 피폐하게 만들었습니다.
부유함이 안락함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을 생각할 시간조차 빼앗아가는 거대한 짐이었음을,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텅 빈 곳간 뒤에 찾아온 기막힌 반전
결국 일리야스는 전염병과 가뭄으로 가축들을 잃기 시작했고,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머슴이 된 뒤에야 일리야스의 아내 샴셰마기는 고백합니다."부자로 살았던 50년 동안은 단 하루도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남편과 따뜻한 차 한 잔 나누며 하느님께 진실한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이 우리 생애 최고의 전성기입니다."
비워지는 자리, 그리고 가라앉는 마음
이 영상을 편집하면서, 사실 제 마음도 참 많이 가라앉아있었습니다. 최근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준비하면서 마음껏 자식에게 넉넉히 내어주고 싶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그것이 마음 아파 힘들어하는데도 제 진심이 아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함이 불쑥 찾아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노후를 위한 곳간이 비어가는 것에 대한 불안함도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득 영상을 녹음하며 자막 한 줄 한 줄의 내용을 들으면서, 일리야스 아내의 연설이 제 마음에 꽂히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가지고 있을 때의 불안함, 내려놓았을 때의 평온함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로서 겪는 이 허무함과 서운함은 결국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가기 위한, 그리고 주님 앞에 온전히 서기 위한 '거룩한 비움'의 과정이라는 것을요.
물질이 비워진 자리, 영성으로 채우는 연습
아직 위로는 온전히 찾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은 시리고 힘이 듭니다. 하지만 일리야스 부부가 가장 낮은 곳에서 비로소 하느님과 마주 앉았듯, 저 또한 이 비워진 자리를 주님의 사랑으로 채워보려 합니다. 물질에 대한 의지, 사람에게 기대했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고, 그 빈 공간을 주님이 주시는 고요한 평안으로 채우는 훈련을 시작하려 합니다.
물질의 빈자리보다 소중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영적인 평안이겠지요. 이 가라앉는 마음의 끝에서, 저 또한 일리야스 부부처럼 세상을 이기는 진짜 평안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50년의 소유보다 값진, 머슴의 평안을 만나다"
70대 노인이 되어 모든 재산을 잃고 남의 집 머슴이 된 일리야스. 사람들은 그를 실패자라 불렀지만, 그는 오히려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전성기"라 고백합니다. 톨스토이가 일리야스(선지자 엘리야)라는 이름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비움과 영성'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인생의 황혼기, 비워진 자리마다 채워지는 기막힌 평안의 전말을 문화챔피언TV에서 깊이 있게 담았습니다.
🎬 톨스토이 옛날이야기 '일리야스'
보기
👉 [ https://youtu.be/LU0P_Wre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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