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이라는 감옥에서 나가는 유일한 길: 용서라는 숙제

 

[묵상] 미움이라는 감옥에서 나가는 유일한 길: 용서라는 숙제

최근 톨스토이의 《불을 놓아두면 끄지 못한다》 영상을 만들며, 우리 삶에서 가장 어렵고도 간절한 주제인 '용서'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하던 중 문득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마이클 더글러스와 캐슬린 터너 주연의 영화 《장미의 전쟁》**과 예전에 읽었던 **송봉모 신부님의 저서 《미움이 그친 바로 그 순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여기에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 속 상황까지 겹쳐지니, 이 모든 것이 결국 저에게 '미움을 그치고 용서로 나아가는 법'을 묻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1. 미움의 불씨를 끄는 용기 : 톨스토이, 《불을 놓아두면 끄지 못한다》


소설 속 이웃인 이반과 가브릴로는 원래 형제처럼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암탉 한 마리가 남의 집 마당에 알을 낳았다는 지극히 사소한 시비가 발단이 되어 서로의 집에 불을 지르는 광기로 치닫습니다.

불길이 치솟는 순간에야 이반은 깨닫습니다. 처음에 "미안하다" 한마디로 그 불씨를 껐어야 했다는 것을요. 영상을 편집하며 제 마음을 돌아보았습니다. 저 역시 용서의 기회를 놓친 채, 사소한 서운함이라는 불씨를 내 안에서 키워 소중한 관계들을 태워 먹고 있지는 않은지 자책하게 됩니다.


2. 용서하지 못한 이들의 비극 : 영화 《장미의 전쟁》과 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


아주 오래전 보았던 《장미의 전쟁》
 (1989년 제작)속 지독한 복수극도 떠올랐습니다. 처음엔 이혼 과정의 소소한 자존심 싸움인 줄 알았는데, 그들은 상대가 가장 아끼는 것을 파괴하며 서로의 숨통을 조여갔죠. 남편이 애지중지하던 수집용 명차를 아내가 거대한 트럭으로 짓뭉개버리는가 하면, 남편은 아내가 정성껏 준비한 만찬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며 모욕을 줍니다. 급기야 서로를 집 안에 가두고 샹들리에에 매달려 사투를 벌이는 마지막 장면까지...

당시엔 결혼 전이어서인지 큰 공감을 못하고 단순히 과정된 블랙 코미디로 보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부부관계에서 용서가 거세된 삶이 얼마나 괴물처럼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서늘한 경고란 생각이 듭니다. 지난날의 제 결혼생활도 이 영화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고, 미움의 끝은 결국 승자 없는 허망한 파멸 뿐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때마침 요즘 제가 재밌게 보고있는 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에서도 용서못한 미움이 얼마나 삶을 힘들게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웃의 두 집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서로 눈이 맞아 도망가는 바람에 남은 자손들이 원한관계로 살아간다는극단적인 설정의 이 드라마를 보면 이 미움은 나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고통의 굴레에서 살게 하더군요. 부모 세대의 원한 때문에 서로 사랑하는 자식들이 죄인처럼 눈치를 보며 가슴앓이를 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용서하지 못한 마음은 결국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들에게까지 그 고통을 고스란히 물려주는 '독이 든 유산'이 된다는 사실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3. 나를 살리는 용서의 선택 : 송봉모 신부, 《미움이 그친 바로 그 순간》


이런 마음의 소란 속에서 예전에 읽었던 송봉모 신부님의 책은 명확한 길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신부님은 용서가 결코 상대를 위한 시혜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진정한 용서는 내 안의 분노와 아픔을 온전히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되며, 비참한 감옥에 갇힌 나 자신과 내 가족을 풀어주는 '자기 사랑'의 행위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결국 용서란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 영혼의 평화와 소중한 사람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길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4. 나의 서툰 노력: 해가 지기 전의 약속

이런 작품들을 보며 문득 아이들이 어렸을 적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저는 성경의 한 구절을 마음에 품고 살았습니다.

"화난 채로 해가 지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에페소 4,26)

아이들과 부딪치고 화가 나는 날이면, 그 미움의 앙금이 밤을 넘겨 아이의 영혼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해가 지기 전에 화해하려고 참 많이도 애썼습니다. 물론 마음처럼 쉽지 않아 실패할 때도 있었고, 여전히 서툰 모습에 자책하던 밤도 있었습니다. 

사실 오늘도 결혼 준비로 예민해진 큰아들의 짜증에 마음이 상해 한참을 삐져 있었습니다. 아들이 슬그머니 다가와 장난을 칠 때도 여전히 서운함이 남았지만, 용서에 관한 이 글을 쓰고 있었기에 못 이기는 척 그 장난을 받아주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못해 응해주다 보니 어느새 제 마음도 스르르 풀리더군요. 어둠 같던 마음에 다시 햇살이 비치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용서는 제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 가장 빠른 길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맺으며: 용서의 완성

여러 작품과 제 삶의 기억들을 관통하며 다다른 결론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용서는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라는 사실입니다.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이 무거운 짐을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가장 큰 용서의 핵심은,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을 향해 십자가 처형을 당하시면서도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셨던 예수님의 용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경의 가르침대로 해가 지기 전 내 안의 미움을 털어내려 노력했던 그 시절의 마음으로, 다시 한번 그 숭고한 사랑의 발치 아래 제 작은 미움들을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제 영혼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기를 청해 봅니다.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미안하다 말하던 그 저녁의 공기가 떠오릅니다. 비록 완벽하지 못한 부모였지만, 미움을 넘기지 않으려 했던 그 노력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관계 속에서도 '해가 지기 전의 평화'가 깃들기를 응원합니다."

🎬 이 글의 모티브가 된 톨스토이의 원작 이야기

사소한 미움이 어떻게 한 마을을 잿더미로 만드는지, 우리 삶의 '불씨'를 돌아보게 하는 톨스토이의 명작 **《불을 놓아두면 끄지 못한다》**를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깊은 울림을 함께 나눠보세요.

[👉 유튜브 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XCuuQTRuheo?si=pYz5QOfhIoZR0CU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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